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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고소장 작성법 -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무기

세컨쉼터 2025. 5. 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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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은 단순한 문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개인의 억울함을 제도적으로 구제받기 위한 첫 문이자, 법 앞에 목소리를 내는 공식적인 선언입니다. 이 글에서는 고소장의 본질과 목적, 작성 시 필수 요소, 실제 작성 방법과 주의점, 그리고 전략적 고려사항까지 체계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쓰는가’를 넘어서 ‘왜 그렇게 써야 하는가’까지 짚어보겠습니다.

1. 고소장이란 무엇인가 – 권리 보호의 첫걸음
고소장(告訴狀)은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제출하는 문서입니다. 형사절차에서 수사를 개시하게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도구이며, 고소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만드는 촉발점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소는 형사사건의 시작점이라는 점입니다. 민사소송처럼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형벌권을 발동시키는 것이기에, 그 진정성과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고소장은 사실과 법리를 담백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며, 감정에만 치우쳐서는 곤란합니다.

2. 고소장 작성의 구성요소 – 뼈대를 세우는 일
고소장의 형식은 자유롭지만,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1) 고소인 인적사항 :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2) 피고소인 인적사항 : 이름, 가능하면 주소 및 연락처
3) 피해 사실 요지 :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하여 6하원칙에 맞게 작성
4) 법령 위반 : 해당 행위가 형법상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기재
5) 입증자료 목록 : 증거물이나 증언 등 첨부 가능한 자료 목록, 참고인(인적사항), 계약서, 진단서 등 관련 증빙자료
6) 요구사항 : 피고소인의 처벌 요구, 수사 촉구 등
7) 날짜 및 서명: 문서의 법적 효력 확보를 위한 기본적 절차

이러한 구성요소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고소장의 ‘논리 구조’를 이루는 기둥입니다. 각 항목이 빠지거나 흐릿하면 수사기관은 고소장을 접수조차 거부할 수 있고, 받아도 수사 진행이 미비할 수 있습니다.

3. 고소장 작성 실무 – 사실과 논리를 엮는 기술
고소장은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합니다. 하나는 객관적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 해석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 “그 일이 왜 범죄인가”를 설득력 있게 연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 사건이라면 단순히 “피고소인이 저를 험담했습니다”라고 쓰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다음과 같은 구조가 바람직합니다

“2025년 4월 15일 오후 3시경, 서울시 강남구 모 커피숍에서 피고소인은 제 지인 3명 앞에서 ‘고소인은 예전에 회사 돈을 횡령한 적이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증인 2명의 진술서와 녹취록이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제 평판은 크게 실추되었으며, 이는 형법 제307조에 따른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일시, 장소, 발언 내용, 증거, 피해 결과, 법적 평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특히 감정적 언사(“저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등)는 배제하고, 법리와 팩트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전략적 고려사항 – 고소는 법적 싸움의 첫 수순이다
고소장은 단순히 억울함을 털어놓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향후 수사 방향과 재판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전략 문서입니다. 몇 가지 전략적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1) 입증 가능성 없는 주장 지양 : 감정적으로 주장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무고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2) 법적 자문을 적극 활용 : 특히 명예훼손, 사기, 모욕 등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사건은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문장을 정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3) 증거는 논리적 순서로 정리 : 제시한 사실에 맞게 관련 증거를 문단별로 배치하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4) 고소 시점의 신중함 : 고소는 한번 접수되면 철회가 어렵거나, ‘무혐의’ 처분이 나면 같은 내용으로 다시 고소하기 어렵습니다.

5. 자주 발생하는 실수와 예방법

1) 막연한 표현 사용 : “피해를 본 것 같다”, “기분이 나빴다”는 식의 진술은 법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구체적인 행위로 서술해야 합니다.

2) 사실과 추정 혼동 : 본인이 직접 보거나 들은 내용과, 타인의 말을 통해 추정한 내용을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3) 감정적 대응 : 고소장은 냉철한 분석문이지 감정의 표출창이 아닙니다.

6. 고소장은 나의 권리를 지키는 도구이자 선언이다
고소장을 쓰는 일은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그 의지가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닌 구조화된 논리, 명확한 사실, 신중한 문장이 필요합니다.

고소장을 잘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잘 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적 사고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사고를 서류로 표현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능력은 단순히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기 권리를 지키고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고소장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때론 정의의 첫 발걸음이 됩니다. 그 발걸음을 무겁게, 그러나 정확하게 내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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