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DSPS 증후군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효과적인 해결 방법은 뭘까
밤을 넘겨 아침이 되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에야 겨우 잠에 드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는 그들을 게으르다 말하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손가락질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마치 사회적 시계와는 어긋나 있는 듯하다. 억지로 일찍 일어나려 해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잠을 청하려 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를 단순한 습관이나 나약함으로 치부하기 전에, 우리는 ‘DSPS(Delayed Sleep Phase Syndrome)’, 즉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DSPS는 생체 시계가 사회적 리듬보다 늦게 설정된 상태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밤낮이 바뀌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깊은 의학적, 신경생리학적 원인을 가진다. 이들은 보통 새벽 2시 이후가 되어야 졸음이 오고, 오전 10시가 지나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억지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잠은 오지 않고, 시계만 바라보다 더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몇 주, 몇 달이 아니라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면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질환으로 간주해야 한다.
DSPS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생체리듬의 지연이 핵심이다. 우리 몸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수면 신호를 보내는데, DSPS를 겪는 사람들은 이 멜라토닌 분비가 정상인보다 2~3시간 늦게 시작된다. 여기에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그 리듬은 더 뒤로 밀려난다. 일부 연구는 유전적 요인이 DSPS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하며,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도 원인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생체의 리듬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DSPS는 극복할 수 없을까? 다행히도 방법은 있다. 첫 번째는 광선치료다. 인위적으로 강한 빛(보통 10,000럭스 이상의 밝기)을 아침 일찍 눈에 노출시키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생체 시계를 앞당길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최소 30분 이상 꾸준히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멜라토닌 보충제 섭취다. 저용량 멜라토닌을 저녁 일찍 복용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단, 오남용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니 전문가의 지도 아래 섭취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주말이라고 늦게까지 자는 것은 오히려 리듬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 쉽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밤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며,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는 수면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수면 인지행동치료(CBT-I)를 병행하면 불면과 수면 불안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DSPS를 완벽하게 고치려는 접근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가 모두 아침형 인간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일 뿐, 밤에 깨어나는 이들의 리듬 역시 존중받아야 할 생체적 다양성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유연근무제, 원격근무, 시차 출근제가 확산되며 이런 차이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사회가 이러한 생체리듬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DSPS는 질병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이 될 수도 있다.
결국 DSPS는 생체의 배신이 아니라, 사회적 시간과 개인적 리듬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를 단순한 나약함이나 게으름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오해다. 오히려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시간 리듬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아침 7시에 일어나야만 생산적인 사회라 믿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다양한 리듬이 존중받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진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