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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성인지감수성은 남성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세컨쉼터 2025. 4. 2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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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감수성 : 깨어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
'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성별에 따른 차별이나 불평등을 인지하고, 이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 정의만으로는 이 개념의 살아 있는 본질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자세, 타인을 존중하는 감각, 그리고 때로는 기존 세계를 의심할 줄 아는 용기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이고 섬세한 능력입니다.

성인지감수성은 마치,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먼지들이 빛줄기를 타고 드러나는 순간처럼 작동합니다. 기존에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너무 ‘당연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차별의 흔적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인지감수성은 한 번 생기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가끔은 참 불편하기도 합니다.

왜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한가?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등해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여성도 대통령이 되고,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는 시대니까요. 그러나 표면만으로 진실을 판단한다면, 얼음산의 10%만 보고 그 깊이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여성과 남성에게 가해지는 기대와 규범이 다르게 작동합니다. 여성은 '다정하고 배려 깊어야' 하고, 남성은 '강하고 감정을 숨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지요. 이 구조는 모든 이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성인지감수성은 바로 이 깊숙이 내재된 구조를 알아채고, 문제를 포착하는 힘입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변화는 없습니다. 반대로 문제를 본 순간부터,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예민함'이 아니다
성인지감수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오해는 이것입니다. "그거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하지만, 성인지감수성은 예민함이나 과장된 민감성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이는 정교하고 균형 잡힌 관찰력에 가깝습니다. 차별을 구별할 줄 알되, 불필요한 피해 의식에 빠지지 않는 것. 과한 분노가 아니라, 정확한 인식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것이 진짜 성인지감수성입니다.

비유하자면, 성인지감수성은 ‘금방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침식'을 감지해 방파제를 만드는 일과 비슷합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성인지감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성인지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능력입니다. 다행히도, 이 능력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방법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첫째,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왜 광고 속 여성 모델은 항상 특정 모습으로만 등장할까?
왜 어린이 책에서 남자 주인공은 모험을 떠나고, 여자 주인공은 기다리기만 할까?

둘째,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읽으세요.
여성, 남성, 성소수자,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를 넓혀야 합니다.

셋째,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학습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성인지감수성은 '완성'하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실수하고 깨닫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이 능력을 키우는 정석입니다. 가끔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가 너무 무지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 정도도 몰랐단 말인가?” 싶은 좌절감이 올 수도 있지요.
괜찮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부끄러움과 불편함을 통과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성장의 선물입니다.
혹시 성인지감수성을 너무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성인지감수성 없는 삶은, 항상 '남자답게', '여자답게' 살아야 한다는 피곤한 게임을 계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모두를 위한 능력
성인지감수성은 여성만을 위한 것도,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이는 남성과 여성, 모든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한 기본 감각입니다. 깨어 있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조금 덜 상처 입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혁명적인 무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강한 빛입니다. 하루하루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고, 거기서부터 조용히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질문해봅시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정말 평등한가?"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거기서부터 시작해봅시다.

[참고자료 및 추천도서]
UN Women Gender Equality Principles (https://www.unwomen.org/en)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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