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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가, 조용한 위대함

세컨쉼터 2025. 4.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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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조용한 위대함의 이름
어른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누군가는 나이를 먹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고 믿고, 또 누군가는 권력이나 자산을 가진 사람을 어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세상의 오해 속에서도, 진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 있다. 바로 ‘김장하’라는 이름을 가진, 진주에서 조용히 평생을 살아낸 이다. 그는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알려진 영웅은 아니지만,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은 오히려 묵묵함 속에서 더 또렷이 빛난다.
 
김장하 선생은 자신이 베푼 수많은 도움을 철저히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난한 청소년을 위해 수십 년간 장학금을 전달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는 늘 “주는 사람이 드러나면 받는 사람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오늘날 SNS와 언론을 통해 자선과 기부마저 일종의 '브랜딩'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묵직한 반문을 던진다. 김장하의 나눔은 결코 '보여주기 위한 선행'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진심에서 비롯된 조용한 윤리였다.
 
그의 경영 철학 또한 매우 독특하고 의미 깊다. 그는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늘 이익보다 사람을 우선했다. 사업체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자, 그는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데 집중했다. 진주는 그의 손길을 받은 곳곳의 학교, 병원, 복지시설이 남아 있는 도시다. 김장하는 돈을 벌어 자신을 위해 쓰는 대신,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자본을 해석했다. 이 점에서 그는 오늘날의 ESG, 사회적 책임경영보다 훨씬 앞선 실천적 사상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김장하 선생이 삶의 중심에 두었던 가치는 ‘교육’이었다. 그는 교육이야말로 가난을 끊는 유일한 해답이며, 사회를 바꾸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한 아이를 도우면, 그 아이가 언젠가 또 다른 열 사람을 돕게 되리라 기대했다. 이 믿음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다. 사회의 구조는 사람을 통해 바뀐다는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는 실제로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며 그 구조를 현실로 바꾸었다.
 
그는 정치나 명예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여러 번 거절했고, 언론 인터뷰도 거의 응하지 않았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는 늘 불편해했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에게 ‘공로’란 누군가의 조명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내는 데에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이 배우지 못한 ‘자기 거리를 지키는 미학’을, 그는 자연스럽게 실천한 인물이었다.
김장하 선생은 죽음 앞에서도 조용했다. “묘비는 필요 없다. 나무 한 그루만 심어달라”는 유언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을 과장하지 않았다. 그는 재산을 자식에게 남기는 대신, 그 정신을 지역사회에 남겼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유산은 땅도, 건물도 아닌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깊이를 잃고 있다. 다급한 성과, 과장된 말, 얕은 관계 속에서 진짜 사람은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장하라는 이름이 남긴 것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너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우리는 지금, 진짜 어른을 그리워해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수많은 말보다 한 사람의 조용한 실천이, 이 세상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김장하 선생의 삶은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일은, 단지 한 어른의 이름을 되뇌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가.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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