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화엄사의 흑매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꽃의 예술한국의 봄은 화려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산과 들을 물들인다. 하지만 진정한 봄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화려한 색채를 벗어나 깊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을 찾아야 한다. 바로 화엄사의 흑매화(黑梅花)다. 이 꽃은 단순한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라, 수백 년 세월을 품은 문화적 상징이자, 감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깊은 울림을 가진 존재다.흑매화, 그 오묘한 매력흑매화는 일반적인 매화와 다르다. 붉거나 하얀 꽃잎이 아니라 짙은 자주색을 띠며, 때로는 검붉게 보이기도 한다. 이 색감은 어둠과 빛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느낌을 주며, 낮과 밤, 생명과 소멸이 맞닿아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화엄사에 도착해 ..